나주시, 기사로 만나보는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2탄 해외작가 편
‘흐름, 열 개의 탄성’ 주제로 조각·설치·영상미디어 등 해외 4인 작가 참여 김기준 기자 bodo@wbci.kr |
2023년 10월 18일(수) 15: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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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제는 ‘흐름, 열 개의 탄성’이라는 주제로 조각·설치·영상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한다.
옛 나주역사, 옛 화남산업, 나빌레라문화센터,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서성문, 나주향교, 금성관, 나주정미소, 영산포등대, 영산나루 등 10곳에서 거점별 설치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나주시는 미술제에 출품한 해외작가인 이레네안톤(독일), 응우옌코이(베트남), 나오코 토사(일본), 하이 뚜(베트남) 등 4인의 작가의 설치작품(작가)과 장소, 사진(왼쪽 맨 위부터 차례대로)을 함께 차례로 소개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안톤 작가 설치미술 시리즈 중 한 작품으로 이번 미술제에선 나주정미소 내에 설치된다.
나주정미소는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기폭제가 된 일명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 주역들과 연관 깊은 장소다. 이들 중 한 명이 박준채인데 그의 형 박준삼이 정미소를 지었다. 이 건물 내에서 광주학생항일운동 주역들이 회의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마치 뇌 신경세포들이 여러 방향으로 연결되듯이 설치돼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스타킹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번져 나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양상을 연상시킨다.
베트남 도시들, 특히 남부지역 최대 도시인 호치민시 곳곳에서 사용되는 굴삭기는 유물을 파괴하는 동시에 국토를 개발하는 양면적 이미지를 상징한다. 작가는 굴삭기와 인체가 결합된,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인 사이보그 생명체로 부조리한 현실을 은유한다. 이 같은 현실은 일제강점기 시절 정미소를 리모델링한 오늘날 나주정미소가 풀어야 했던 보존과 개발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영상미디어 작품이다. 3.1운동 이후 최대 전국 항일운동으로 확산된 광주학생항일운동은 나주에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나주정미소에서 회의를 하며 독립을 갈망하던 학생들의 마음은 다른 이들의 마음에 불씨를 옮겼을 것이다. 작가의 영상 작품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꽃들의 모습은 파괴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마치 연약한 이들이 자신을 산화하며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날의 역사를 떠오르게 만든다.
옛 화남산업 벽면에 새겨질 벽화 작품이다. 건물 정문을 통과하면 왼쪽 한편에 소(牛) 위령비가 세워져있다. 1930년대 설립된 이 공장에선 일본군 식량품으로 쇠고기 통조림을 생산했다. 매일 200~300마리에 달하는 소들을 도축했기에 위령비가 세워졌다. 작가는 인간들의 전쟁으로 희생된 소를 애도하는 벽화를 폐공장 외벽에 그려 평온을 기원한다. 이를 통해 인간들의 갈등이 빚어낸 문제를 성찰하고 인간과 동물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기대한다.
장현우 나주시문화예술특화기획단장은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는 나주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점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관광거점을 선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관점의 설치미술제”라며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목포수묵비엔날레를 잇고 나주통합축제를 연계한 문화향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관련 문의는 나주시 문화예술특화기획단으로 하면 된다.
김기준 기자 bodo@wbc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