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기영정서 480년 만에 ‘송흠 선생 금의환향’ 재현 고을수령 모여 선비복장에 붓글씨 체험.먹걸리도 등장 이대원 사)인성문화진흥원장 “후대에 널리 기억되기를...” 양정기 기자 bodo@wbci.kr |
2023년 10월 22일(일) 15: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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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대표 문인이자 관료였던 지지당 송흠(1459~1547) 선생의 금의환향을 기리는 풍류연이 480년 만에 전남 장성군 삼계면 사창리 기영정 정자 에서 21일 오전 10시 재현됐다.
보통 축하연이 아니라 중종 임금이 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한 85세의 송흠 선비를 아까워하면서 특별히 정자를 하사하고 주연을 베풀도록 한 그날을 되살렸다.
중종이 청렴한 관료생활과 덕망으로 신망을 받던 송흠을 1541년 의정부좌참찬에 제수했으나 나이를 이유로 사직하고 고향인 장성에 내려갔다. 중종은 1543년 송흠을 판중추부사(종1품)로 승진시키고 예우하는 뜻을 전하기 위하여 잔치를 베풀도록 했던 것이 연회의 배경이다.
기영정(耆英亭)은 전라도관찰사 송인수가 부임하던 1543년 ‘송흠의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라’는 중종의 왕명을 받아 지은 정자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 나주 목사 조희(曺禧)의 주관 아래 송흠 선생을 위로하고 정자 건립을 축하하는 잔치가 베풀어 졌다. 이 자리에는 전라도 관찰사 송인수, 장성, 진원, 나주, 영광 등 주변 10여 고을의 수령, 지역 선비, 백성 등 수천 명의 구경꾼이 모였다고 전한다.
이번 재현 행사 명칭은 ‘청백리 지지당 송흠 따라 시간여행’이다. 사)인성문화진흥원이 국비를 지원받은 ‘생생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문불여장성과 청렴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도됐다.
축하연은 10시에 김은숙 무형문화재의 가야금 병창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선비복장인 유생복을 하고 막걸리와 전통 음식을 차리는 등 옛 풍습으로 운치를 더했다. 그러면서 나이 많고 덕이 높은 노인을 기리는 정자‘라는 기영정의 뜻을 살려 어르신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도록 했다.
특히 참석자들에게 가훈 쓰기와 붓글씨 쓰기, 한시 낭송 등 현장 작품 남기기를 병행해, 당시 목사나 고을 수령들의 잔치를 벌이던 행적과 풍습을 재현해 의미를 더했다.
송흠의 신평송씨 후손들인 송병산 대종회장을 비롯, 송씨 문중에서 적극 후원, 가치를 더했다.
이대원 인성문화진흥원장은 “훌륭한 지역 인물의 존재감을 말해주는 극적 순간을 재현하여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생하게 각인시켜 자긍심을 높이는 산 교육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재현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지지당 송흠은 성종 대 문과에 급제하면서 관직을 시작했으나 연산군의 폭정이 심해지자 관직에서 물러나 후학 양성에 힘썼다. 중종반정 이후 관직에 다시 나아갔다. 모친이 연로하자 봉양을 위해 보성군수 순천부사 등 외직을 신청해서 근무했다.
홍문관정자, 사헌부장령, 승정원동부승지, 전라도관찰사, 한성부좌윤 등을 역임했다. 1534년 77세의 나이에 전라감사를 제수받았지만 어머니의 연세가 99세나 되자 봉양을 위해 상소를 올려 중종의 사직 허락을 받았다.
양정기 기자 bodo@wbc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