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ㆍ스퀘어 작품공모선정 '이다애'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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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ㆍ스퀘어 작품공모선정 '이다애'작가를 만나다

“작가의 삶, 힘들지만 앞으로도 소신 가지고 계속 작업할 거예요.”

탐욕스러워 보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사랑스러운,

화려해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공허해 보이는,

참 미묘하게 사람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을 보았다.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전시 공모 선정된 작가 ‘이다애’씨의 “Pigment” 작품전이 열렸다.
▲ 이다애.돼지 제라블(자유를 향해), 140x140cm, oil on canvas , 2014
그녀의 작품에 제일 많이 출현하는 소재는 ‘돼지’. 그리고 ‘돈’이었다.

처음에는 ‘아, 탐욕스럽게 돈을 밝히는 이 시대의 권력과 맘모니즘을 풍자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 볼수록 돼지 그 자체가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고 복스러운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돼지들의 표정과 행동 또한 다양했다. 나무에 매달려 버티는 돼지, 연주하는 돼지, 수영하는 돼지, 돈 주머니에서 행복해하는 돼지 등등.

도대체 이 돼지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 궁금함을 해소하고자 광주의 청년작가 이다애 씨를 만나보았다.

이다애 씨는 조선대 미대 서양학과 전공생으로 대학원도 바로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학생 때부터 레지던트 활동을 했었고, 대동문화재단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화순에 경북문화원이라는 폐교를 활용해서 활동하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레지던트 작가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 이다애 작가
어떻게 전시를 하게 되셨나요?
이번에 유·스퀘어 전시공모에 선정이 돼서 전시를 하게 됐어요. pigment라는 주제로 전시를 했는데, 작년 말 쯤에 아마 공모 선정이 나왔어요. 그 때부터 작업을 해서 전시를 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떨어졌었는데 두 번째 지원해서 붙었어요.(웃음) 예술의 거리나 그런 쪽이 상권이 많이 죽었잖아요. 사람들이 아무래도 이쪽에 더 왕래를 하다 보니까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한 청년작가인 저희로서는 여기에서의 전시 기회를 잡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반응은 어때요?
좋다는 평도 있고 반대의 평도 있어요. 날카롭게 비평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말들을 들으면 저로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좋은데 더 부각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점들을 언급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앞으로 작업하는 데 더 변화가 또 생기겠다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돼지’를 소재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돼지 소재로 작업을 한 지 5년이 됐어요. 고양이도 그려봤고 강아지도 그려봤는데요. 이솝우화나 이런 우리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면 동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릴 때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해 보았을 때, 강아지나 고양이는 그냥 동물을 그린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돼지는 탐욕스러움이나 다산, 권력, 이런 것들의 풍자적인 부분이 나와서 소재를 돼지로 잡았죠.
그런데 제 그림이 풍자적으로, 시사적으로 되면서, 관객하고 가까이 갔으면 좋겠는 제 마음이랑 점점 괴리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복돼지였고, ‘복돼지’로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에 이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지금의 그림은 예전의 돼지와는 조금 다르겠네요.
▲ 아담과 이브. 45x45cm. Acrylic on canvas. 2015
그렇죠. 복주머니가 있는데 이 안에 돈도 넣어볼까. 라는 생각하면서 더 복돼지처럼 보이게끔 하고 싶었어요. 돼지라는 이미지 자체가 더럽고 게으르고 이런 이미지가 큰데 오히려 돼지를 더 사랑스럽고 복스럽게 그림으로써 그 뒷면에 보이는 쓴 웃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돈 이라는 이미지도 처음에 저는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코가 빨갈수록 이걸 탐욕스러운 부분이라고 표현하자고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복잡하게 말고 사람들이 그냥 제 작품을 봤을 때 웃을 수도 있고 편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그 편함이 더 풍자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돼지의 눈꼬리가 올라간 그림이 있는데, 사람들이 살면서 체면을 중시하고 눈치를 보는 그런 모습의 표현이 저도 모르게 되더라고요.

청년작가의 삶,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청년작가들은 작품 판매의 상업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자기 작품이 팔리는 쪽으로 계속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항상 작업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솔직히. 그래서 벽화도 하고 이것저것 하는데, 작가를 프리랜서 개념으로 봐야할 것 같아요.
항상 작가들이랑 만나면 다 힘들다는 말을 해요. 저도 한 때 그런 슬럼프가 있었어요. 내가 그림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고 언제서 부터인가 심리적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업실에서 개인 수업을 하는데 그런 부분으로 풀어나가기도 해요. 미술 쪽이 유난히 적은 것 같아요 작가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특히 여자들은 시집가면 작가 활동 그만할 것 이라는 시선이 가장 많아요. 하지만 저는 계속 할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 한 말씀 부탁드려요.
▲ lucky bag. 50x50cm. Acrylic on canvas. 2015
앞으로 열심히 해서 이름도 널리 알려야죠. 제가 공모를 많이 하거든요. 여기 뿐 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내 이름을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분들이 봤을 때 아 이 작가 아직 열심히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십이지신’. 그 쪽에 관심이 많아요. 돼지를 소재로 그리고 있지만 십이지신 쪽도 재밌는 부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돼지가 뱀을 감고 있거나 등등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광주의 청년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맥 위주로 돌아가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 특히 예술계 쪽이 더 심하잖아요. 이걸 이겨내셨으면 좋겠고 또 이걸 통해서 많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경쟁 구도가 참 힘들지만 어떤 유혹에서든 벗어나서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일들이 분명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대인시장 쪽에서 젊은 작가들을 많이 도와준다고 알고 있어요. 한평 갤러리나 다다 창작 스튜디오 같은 그런 쪽도 굉장히 좋은 것 같으니 힘든 여건에서도 열심히 활동하시고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이다애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단단한 내면과 그에 따른 소신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청년 작가로 활동하면서 적지 않은 슬럼프와 고민의 여정이 있었기에 그녀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앞으로의 포부가 더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광주에서 뿐 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그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양예슬 아나운서 wbci0501@wb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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