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산구에 따르면, 지난 7월 익명부패신고시스템(레드휘슬)에 접수된 제보에 따라 조사한 결과 공단 일부 임직원들이 특정 직원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사실을 조직적‧장기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경찰서 공문을 무단‧불법으로 삭제하는 등 심각한 범죄 혐의가 확인됐다.
지난 2020년 12월 말 공단 직원인 A씨는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가 취소됐다. A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다른 직원은 당시 B본부장과 C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공단 규정에 따라 음주운전은 징계 대상임에도 두 사람은 마땅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A씨의 음주운전 면허 취소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단이 6개월에 한 번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자동차운전면허 조회’에서 고의로 A씨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씨 면허 취소 이후 공단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나 A씨를 제외하고 자동차운전면허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2월 A씨와 이름이 같은 다른 직원을 A씨의 주민등록번호로 잘못 조회해 경찰 회신을 통해 A씨의 운전면허 취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자 C팀장은 B본부장과 공모해 해당 경찰 회신 공문 삭제를 지시하고, 담당자가 지시에 따르지 않자 직접 문서를 삭제했다.
내부 익명 부패신고로 공단 청렴감사실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B본부장과 C팀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출석 요구에 불응하거나 회피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공단 청렴감사실 요청으로 조사에 나선 광산구 감사관은 법률 자문을 통해 공단 일부 임직원들이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한 사안의 심각성, 중대성을 고려할 때 경찰 고발 또는 형사 의뢰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광산구는 경찰서 공문을 무단으로 삭제‧위조한 것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 또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기록물의 무단 은닉 등의 금지), 문서 위조, 재물손괴 등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높은 도덕성, 책임감을 요구하는 지방공기업의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2년 가까이 특정인의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고, 이를 위해 공문도 서슴없이 삭제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며 “시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단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사유화한 중대한 부정부패 행위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박병규 청장은 “2018년 10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람이 승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당연한 듯 일어나고, 있어선 안 될 카르텔에 의한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로 병들고 있는 공단의 현실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이번 고발을 시작으로 광산구 시설관리공단이 시민이 신뢰하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기준 기자 bodo@wbci.kr